[중앙 칼럼] 재외동포청이 할 일
지난달 6일 윤석열 정부는 한인사회의 숙원이던 재외동포청 신설을 발표했다. 정부 조직 개편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1997년 재외동포재단 출범 이후 9번이나 무산됐던 재외동포청이 설치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재외동포청을 외청으로 두게 된 외교부가 그동안 ‘소수민족 문제에 민감한 중국 등과의 외교적 마찰을 고려해’ 재외동포재단 체제 유지 입장을 고수하다 태도를 바꾼 것도 큰 변화다. 재외동포청이 내년에 설립된다고 가정할 때 재외동포재단이 출범한 1997년을 기준으로 해도 26년 만이다. 너무 늦었다. 세샘트리오가 ‘나성에 가면’을 발표한 것이 1978년이다. 그때 이미 한국인의 LA 이민은 물결을 이루었다. 이 물결은 1980년대와 1990년대까지 이어지며 LA를 비롯한 미국 한인사회는 팽창을 거듭했다. 정책은 현상을 뒤따라가게 마련이지만 해외 한인이 재외동포청 같은 조직을 꼭 필요로 할 때는 그때였다. 이민 1세들은 LA폭동 때도 한국 정부의 외교적, 정책적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제 1세들은 나름대로 자리를 잡은 것을 넘어 은퇴할 나이가 됐다. 재외동포청 설치가 늦기도 했지만 30년, 40년 전 시각으로는 인구와 경제력, 사회구성이 크게 바뀐 이민사회에서 오히려 제 역할을 못 할 수도 있다. 재외동포청 신설 발표에서 나온 업무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여러 곳에 흩어진 업무를 하나로 모아 민원 처리의 통합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교류 협력, 네트워크 활성화, 차세대 동포교육, 문화홍보사업이다. 여기서 정책 방향도 중요하지만 시대 변화와 정책의 기본정신을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 세대 전 재외동포 정책은 방어적이고 수세적인 면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병역 기피 대응이다. 당시엔 병역 기피에 미국을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미국 거주의 이익이 병역 기피의 불이익을 감수할 만했다. 이제는 다르다. 연예인은 환호를 받으며 입대하고 제대한다. BTS도 간다. 피할 방법이 있는 영주권자도 자원입대한다. 병역 기피를 막는 대표적인 정책인 국적법은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한다. 만 18세 이후 3개월 안에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 포기를 제한하는 정책 때문에 2세들이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병역 기피를 막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충분히 수용하고 수세적 태도에서 개방적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 하나는 기본권인 참정권 보장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같이 영토가 넓은 나라에서 몇 곳 안 되는 투표소로 참정권을 행사하라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는 이제 널리 알려졌다. 우편이나 온라인 투표를 실시하라는 요구도 선거 때마다 나온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한결같은 대응이다. 참정권은 민주주의의 토대다. 투표를 독려하기보다 누구나 투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재외동포청 신설을 계기로 우편과 온라인 투표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안 되는 이유가 아니라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투표소를 몇 곳 늘리는 것은 논점을 흐릴 뿐이다.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동포청 신설 정신에 부합한다. 해외 한인 지원은 인구 구성에 맞게 1세에서 2, 3세로 핵심 대상을 바꿔 나가야 한다. 1세 지원은 실기했고 실질적이지도 않았다. 2, 3세 지원은 이를 거울삼아 서둘러 결정하기보다는 충분히 현지 상황을 이해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의견을 수렴해 미래 지향적으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해외 한인 700여만 명의 역량을 확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중앙 칼럼 재외동포청 재외동포청 신설 재외동포청 설치 정책인 국적법